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SNS)의 첨병으로서 페이스북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는 트위터가 한창 그 주가를 올리고 있다. 나름 초기 사용자이지만 여전히 그다지 활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 트위터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옆에서 보아온 트위터의 위력은 만만치 않다는 게 사실이다. 그 소식의 전파 속도나 이야기의 질, 그리고 글 내용의 청정성, 다양한 글 추천 등은 여타 인터넷 게시판의 글들보다 수준이 높다. 어쩌다 보니 여기서 옛 지인들도 만나게 된다. 대학 동문들끼리 트위터에서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다지 새롭지 않다. 새로운 이야기들보다는 옛날 이야기들, 혹은 공통된 사람들의 현재 근황, 자기 이야기 등등 따지고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들인데, 술병은 켜켜이 쌓여간다. 낯설지 않은 분위..
8월 장마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8월 한 달간 비가 오지 않은 날이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니 말이다. 덕분에 자전거 출퇴근은 단 한번에 불과하다. 어제가 그 날이었다. 오랫동안 쉬던 자전거라서 그랬는지 탈이 나도 단단히 났다. 퇴근길에 구로역 근처에서 그만 대못을 밟고 말았다. 한창 집으로 달리는 길이었다. 갑자기 뒤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무언가가 드르륵드르륵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 생각에는 뒷바퀴 쪽에 안장 등에서 문제가 생겨 주저 앉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자전거를 세우고 찬찬히 살펴보니 뒷바퀴에 모나미 볼펜심 정도의 길이와 굵기를 가진 대못이 박혀 있었다. 그 대못의 머리 부분이 바퀴 물받이 부분에 부딪히면서 드르륵드르륵 소리를 냈던 것이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펑크를 떼울 줄도..
여전히 난 민서가 태어나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민서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날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고통스러워하고 힘겨워 하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출산의 고통에 대해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힘겨워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매우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 고통은 여전히 내 기억에 자리잡고 있다. 물론 당사자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둘째를 생각하고 있다. 내가 둘째를 가지는 것에 대해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내 재정 건전성이나 내 삶의 부자유 등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힘들어 했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내가 그것을 잊었을 리가 ..
처음으로 큰아버지와 단둘이 함께 한 여행은 시제를 지내러 간 남해였다. 대학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10년이 훌쩍 넘어 20년 가까이 지난 세월이다. 허물어져가는 종가집이라지만, 그래도 나름 종손이라고 해, 나만 유일하게 남해의 조상 묘소에 찾아간 것이다. 큰아버지와의 여행을 통해 나는 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형제분들이 낳은 자손이 지금도 하나의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 큰아버지의 이야기는 구례로 들어와 일가를 이룬 앞 세대의 고난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찾아 떠나는 유태인들의 이야기처럼 장대한 대서사시가 큰아버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이야기는 그 당시 나..
나도 나를 모를 때가 많다. 이것은 꼭 속마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몸 상태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많은 이들이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병마는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신의 몸에서 조금씩 아주 천천히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 병마를 키웠던 것은 자신의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다. 내 몸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건강 검진이 있다.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 공단에서 제공하는 일반 정기검진을 받았다.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제외하고 그다지 신통한 검사는 없었다. 그 결과가 오늘 나왔다. 키는 더 커졌고(응?) 몸무게는 약간 줄었다. 체지방과 허리둘레도 정상으로 나왔다. 다만 혈액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있었다. 총콜레스테롤은 178(200미만 정상)이 나왔는데, ..
☏ 총통화 시간 : 86시간 27분 49초 4108통화 ☏ 발신 통화 시간 : 48시간 18분 05초 2312통화 ☏ SMS 발신건수 : 661건 ₩ 구매 당시 가격 : 100원 @ 구매 년월 : 2008년 2월 경 액정에 얼룩같은 상처들이 꽤 넓게 분포해 있다. 윗부분의 색은 이미 군데군데 벗겨져 있다. 횟수로는 3년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화기라는 것이 통화만 잘되면 되는 거다, 라는 생각은 이제 고릿적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다양한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이 대세다. 굳이 대세를 따라간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기능들을 보면 나에게 참 유용할 것으로 보이는 여러 애플리케이션들이 눈에 띈다. 처음에는 안드로이드 폰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폰 4G가 나를 유혹하고 있다. 어찌됐든 조만간 지금 저 ..
결혼은 희생을 강요한다. 아니, 희생 없이 결혼 생활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그 희생의 대상이 상대방이라고 착각한다. 여기서 필요한 자각은 그 희생은 상대방을 위함이 아닌 결혼 생활을 지키기 위함이다. 자신의 희생이 상대방으로 향한다는 가정은 결국 그 희생에 대해 유세를 떨거나 반대로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서로의 관계에 상처를 내는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희생이라기 보다 위선에 가깝다. 그러기 때문에 상대방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할 때부터 결혼은 이미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진정한 자기희생은 숭고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위선은 비극으로 내달린다. 결혼 생활은 서로에 대한 자리매김이다. 평생을 두고 진행되는 이 자리매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위기(혹은 기회)의 성격과 내용이 다른만큼..
토요일에는 황사로 창밖이 노랗더니 오늘은 또 아이 주먹만한 눈송이들로 창밖이 하얗다. 3월 말에 봄비도 아니고 봄눈이다. 그런데 봄과 눈이 어울리는 조합일까. 실상 오늘 내리는 눈만 보아도 봄을 소리내어 비웃듯이 쏟아졌다. 대설주의보. 3월말의 대설주의보는 봄에 대한 불신을 나았다. 사람들은 봄을 의심했고, 3월을 의심했다. 눈에 보이는 눈이 눈에 보이지 않는 3월을 이긴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라는 것은 사람이 만든 개념이다. 3월에 눈이 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지구 기후의 과학적 엄밀성은 '3월'이나 '봄'이라는 인간이 만든 개념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여기서 나는 그동안 쌓아온 3월, 봄의 개념을 다시 의심해 본다. 흔들릴 수 없는 긍정을 부정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3월의 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