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4일 밤 7시 30분 - "괜찮으세요?" "으... 다리에... 다리에 쥐가 난 거 같아요?" 재빨리 그의 신발 앞코를 위로 꺾고 무릎을 아래로 눌러 다리를 똑바로 폈다. 힘껏 꺾고 눌렀는데도 쥐가 난 다리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빠른 대응 때문인지, 그의 다리는 곧 내 힘에 수그러들었고 그의 고통도 멎었다. "오랜만에 뛰는 거라서 그럴 거에요." "네, 정말 힘드네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그랬어요. 저도 첫날에는 쥐도 났고, 다음 날에는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쑤시고 그랬죠." - 1시간 전, 6시 30분 공덕 초등학교 실내 체육관 - 조용한 체육관에 불이 켜졌다. 사람들은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무채색과 강렬한 컬러의 운동복들이 교감한다. 가볍게 체육관을 도는 사람, 스트..
'죽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의사는 '성장을 멈췄다'라고만 말했다. 그러니까 세포분열을 멈춘 것과 같은 의미였을까? 세상의 모든 인연들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부모 자식간의 관계야 두말하면 잔소리 아닐까. 그래서 옛부터 사람들은 몸가짐을 그렇게 강조했는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내가 버렸을, 혹은 눈감고 지나쳤을 인연이 다시 돌아와 내 발길을 붙잡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정말로 삼신할머니가 있으시다면, 내 안으로 거두어들이지 못한 안타까운 그 죽음을 부디 다른 곳으로 고이 보내주시길 빌어 본다.
어찌됐거나 대식구를 들여 놓았다. 먹여 살릴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있는 살림이었고 새로 들여놓는 것은 동그란 식물 장식과 치어망이 전부다. 부디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저번처럼 약한 놈 잡아먹는 불상사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구피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키우는 물고기 중의 하나다. 번식도 쉽고, 서로 평화롭게 잘 사는 물고기들이기 때문이다. 가격은 일반적인 구피들이 1000원, 꼬리가 까만 구피는 2000원이다. 3000~5000원까지 하는 구피도 있지만 그것들은 구입하지 않았다. 구피는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데, 자기 새끼들을 잡아 먹는다고 하니, 새끼를 낳을 때 쯤에는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은 성공적으로 번식을 시키는 게 목표다. 아침마다 민서에게 물고기를 보여준다. 민서..
겨우내 빈 화분이 생겼다. 바쁘다는 핑계로 보낸 것도 있다. 미쳐 손쓸 틈도 없이 말라버린 것들에 미안하다. 그러나 빈 화분은 더더욱 황량해 보일 뿐이다. 그래서 화분 두개에 싱고니움과 홍페페를 들여 놓았다. 둘다 아주 일반적인 사무실 화초라는 데 여기서 내내 잘 지내기를 바래본다. 홍페페 ◎ 원이름: 페페로미아(peperomia) ◎ 원산지: 브라질 원산인 관엽식물로 열대남미가 자생지인 다년생 식물. 종류에 따라 약간 다르나 대개 키는 10-15cm 정도 자란다. ◎ 환경: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 그러나 빛이 너무 강하면 잎이 손상되어 관상가치가 떨어지고 너무 약하면 줄기가 길어지며 웃자라는 경향이 있음. 열대 식물인만큼 추위에는 약해 겨울에는 12도 이상으로 관리. ◎ 물관리: 다육..
시계 #iphonegrapher by 모노마토 국방부 시계? 네 안의 타임라인을 만들어라 사실 평화 시에 군대가 할 일은 별로 없지. 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대부분 보초 경계 임무에 많은 시간을 보내. 그저 총을 들고 전방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일이지. 보통 그런 일을 최소한 2시간~6시간을 한다. 정말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가만히 서서 앞만 쳐다보는 그런 허무한 일에 인생의 젊은 날을 소모하는 걸 생각하면 이 얼마나 국가적, 개인적 낭비인가 싶어. 내무 생활도 마찬가지야. 쫄병 시절에는 좀 바쁠 수 있지만, 계급이 올라 상병, 병장을 달면 시간이 남아. 그렇다고 국방부 시계만 주구장창 바라본다면 군생활에서 남는 것은 없지. 그렇다면 이 시간에 무엇을 할까? 물론 공부를 하는 병사들이 많아. 요즘..
내무반 생활 - 네 마음 안에 새집을 지으렴. 국방부는 여전히 ‘훈련은 빡세게 내무생활은 편하게’를 외치고 있을 거야. 하지만 그 구호가 역설적인 것은, 그만큼 내무반 사건사고가 많아서지. 게다가 내무 생활의 불만으로 인해 벌어지는 가혹행위나 병사간 폭력행위도 심심치 않을 거고. 사실 20대 열혈 청년 남아들이 모인 공간에서 아무 잡음이 없다는 것이 더 신비로운 일인 거야. 너희 형제들만 해도 하루에 열댓 번씩 싸우고 화해하잖아. 이런 것 때문인지 아무래도 내무생활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는 건 예나지금이나 마찬가지지. 그렇다면 내무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할까? 훈련소에서의 내무 생활이라봐야 다 같은 또래들끼리 훈련병이라는 같은 계급장을 달고 있으니 그다지 큰 문제는 없지. 하지만 자대 배치 받고 나서부터 ..
아래의 글은 지난 월요일 군대에 입대한 사촌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3회에 걸쳐 나누어 올린다. 군대에 대한 기억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군입대를 앞둔 그 때의 마음들은 다들 비슷하리라 본다. 또, 이 글의 일부 형식과 내용에서 "무한의 노멀로그-대학교에 입학하는 여동생을 위한 연애매뉴얼"에서 일정 부분 차용하기도 했다. 무한님의 글은 연애 그 이상, 인간과 인간이 가져야 할 관계의 예의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또다른 청춘들에게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제대하는 날까지 건강하기를 바란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아마도 군입대를 앞두고 친구들을 만나서 밤마다 거리와 주점을 쏘다니느라 속도 좋지 않고 머리도 아플 텐데, 1년에 얼굴 보는 게 다섯 손가락 안에..
불과 반나절 만에 집이 나갔다. 아내와 내가 이사를 결정한 것은 올해 초였다. 지금 사는 집의 임대차 계약 만료가 3월인 만큼 3월에서 4월 사이에 옮기자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지난 주 일요일, 아내는 주인집 아저씨를 만나서 우리의 계획을 알렸다. 그리고 2시간도 되지 않아 부동산에서 집을 보러 와도 되냐는 연락을 받았다. 주인집에서 부동산에 연락해 집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2시간여 흐른 뒤 초로의 노부부가 집을 보러 왔고, 다시 1시간 여 뒤에 젊은 남녀가 집을 보러 왔다. 노부부는 뒤에 온 젊은 남녀(아마도 신혼 부부)의 부모였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1시간 뒤, 우리가 계약했던 금액에 500만원이 더 붙어서 집이 계약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불과 반나절 만에 내가 살던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