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 여학생 자살 시도, 목숨 건져…세월호 친구들에 편지 오늘 난 "친구가 보고 싶다"며 자살을 시도한 세월호 생존 학생의 소식을 접했다. 아무 일 없이 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지금 같은 땅,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겪을 수도 있는 고통을 그들이 대신 짊어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 수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가슴 속 어디선가에서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일상의 평화가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그들에게 연민이나 동정을 주는 것을 그만둔다는 것, 이것이 나와 당신, 그리고 이 땅의 공동체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해야..
박경리 소설 ‘토지’에서 묘사한 추석 한가위 팔월 한가위는 투명하고 삽삽한 한산 세모시 같은 비애는 아닐는지. 태곳적부터 이미 죽음의 그림자요, 어둠의 강을 건너는 달에 연유된 축제가 과연 풍요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는지. 서늘한 달이 산마루에 걸리면 자잔한 나뭇가지들이 얼기설기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소복 단장한 청상의 과부는 밤길을 홀로 가는데 – 팔월 한가위는 한산 세모시 같은 처량한 삶의 막바지, 체념을 묵시(黙示)하는 축제나 아닐는지. 우주만물 그 중에서도 가난한 영혼들에게는. 가을의 대지에는 열매를 맺어놓고 쓰러진 잔해가 굴러있다. 여기저기 얼마든지 굴러 있다. 쓸쓸하고 안쓰럽고 엄숙한 잔해 위를 검시(檢屍)하듯 맴돌던 찬바람은 어느 서슬엔가 사람들 마음에 부딪쳐와서 서러운 추억의 현(絃)을 건드..
출근길에서였다. 적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바람도 있어서 우산을 깊이 눌러쓰고 있었다. 개봉역으로 막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앞에 가던 커플 중 남자의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저기 불났다." ▲ @KimJeongRok1 님의 트위터에서 : 출처는 여기 우산을 들어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1층과 2층 사이 PVC관이 불에 녹으면서 타고 있었고, 그 안에서 불꽃이 튀면서 PVC에 불이 붙어 연기가 나고 있었다. 가까운 장소라면 소화기로 쉽게 끌 수 있는 장소였으나 장소가 접근이 불가능한 장소라 소방차가 와야 가능할 듯싶었다. 게다가 전기 합선이 우려되는 상황인만큼 쉽게 접근할 수도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우산을 접으니 사람들 모습도 보인다. 누군가는 전화를 하고 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
자긍심(自矜心). 국어사전에서는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지는 마음"으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서 '긍(矜)'자의 어원은 창자루이다. 그래서 이 글자는 '창자루 근'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이런 어원에 따라 다시 풀이하면 '자긍심'은 '스스로 창자루를 쥐고 있는 듯한 마음'이 될 것이다. 여러가지 현실적 문제와 맞붙을 때 가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자긍심이다. 자긍심이 없는 사람은 상황에 복종하고 나보다 강한 사람에게 순응한다. 거기에 창조도 책임도 없다. 하지만 자긍심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창자루를 쥐고 있는 마음처럼 문제에 맞서는 태도에서부터 저돌적이다. 여기에 창조적인 생각과 책임있는 자세가 나올 수 있다. 자존심이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라면 자긍심은 내부의 마음가짐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집은 이른 아침 가까운 개봉역의 전동차 소리와 남부순환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아침을 채운다. 24층이라는 비교적 높은 곳이데도 위로 퍼지는 소음이 방해물 없이 직접적으로 전해져서 소리가 꽤 크게 들린다. 비교적 좋은 전망임에도 여름날 아침에는 문 열기가 무서울 정도다. 그렇지만 출근길을 나설때면 나무들 틈으로 날아다니는 새들의 청명한 지저귐으로 가득하다. 아파트 주위에 녹지가 많고, 목감천이 가까이 흘러 새와 벌레, 물고기들이 많다. 자연스럽게 작은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이 작은 생태계를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소리가 아닐까. 봄에는 새소리, 여름에는 물고기들이 첨벙대는 소리, 가을에는 풀벌레소리, 겨울에는 바람소리가 이 도심 속 자연을 채워 준다.
좀 불안하긴 했다. 뒷브레이크의 고무 부분이 바퀴와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로 주행한다면 틀림없이 속도도 나지 않고, 힘만 들 뿐이다. 고민 끝에 끈을 이용해 임시조치를 취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 가게에 들려 뒷브레이크를 손을 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나니 주행감이 나쁘지 않다. 브레이크 부분은 여전히 잘 듣지 않는다. 다행히 앞브레이크가 말을 잘 듣는다. 아침 출근길로 안양천-한강-마포대교-마포대로를 선택해 달렸다. 평소 출근길보다 약 35% 정도를 초과한 거리가 된 셈이지만, 차도를 달릴 때의 아슬아슬함이나 신호 걸림이 없는 쾌속 주행이 가능하다. 거리가 길어진만큼 시간도 길어지리라 예상했지만, 10여분 차이에 불과하다. 만일 쉬지 않고 계속 달린다면 충분히 한 시간 안에 주파하는 ..
공덕시장 한복판 허름한 노상 점포. 문도 없고 벽도 없이 비닐로 바람막이만 한 곳에서 라면을 시켜 먹었다. 허름한 메뉴판은 공중에서 흔들거리고, 술취한 노인네가 쓸쓸히 막걸리잔을 다시 채우고 있었다. 새로 온 손님은 이집 할머니와 잘 아는 사이인듯 서로가 반갑게 맞이한다. 곧이어 나온 라면에는 김가루와 들깨까지 알뜰하게 뿌려지고 작은 계란 하나도 온전히 들어가 있다. 큼직하게 썰어넣은 파가 내는 향도 좋다. 가끔 삶이 쓸쓸하다고 느껴질 때 이곳 공덕동 시장에서 할머니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어도 좋다. 공기밥은 공짜다. 난 가끔 밥을 혼자 먹고 싶다.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은 온전히 밥알을 입안에서 음미하고 반찬과 국이 건너 온 세상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밥과 반찬과 국이 온전히 내 몸에 들어와 하..
최종 보스를 깨뜨렸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새로운 보스몹이 나타났다. 보스몹의 공략법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항간에는 사상 최고의 난이도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탱커들의 방패는 깨지고 검은 갈라졌다. 힐러들은 마나를 쥐어짜며 힐링을 하고 있고, 딜러들은 모든 생존기를 돌려 가며 생존에 몸부림을 치고 있다. 여기저기서 픽픽 쓰러지는 사상자들이 나타났다. 맨땅에 헤딩하기가 다시 시작됐다. 다시 무덤을 수십차례 오가겠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공략법도 나오고 공격대간의 손발도 잘 맞아갈 것이다. 먼훗날 쓰러진 보스몹 위에서 멋진 스크린샷을 날릴 때가 올 것이다. 그러니 다시 트라이~ 출처: http://garden.egloos.com/10002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