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은 항상 어수선하다. 밤늦게까지 TV시청이 이어지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주머니들의 그 많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끝나는가 싶으면 남자들은 갖가지 잠자리 기행-예를 들어 코골기, 이빨갈기, 잠꼬대 등등-을 선보이고, 새벽에 자지러지게 깨어나 우는 아이들까지 참 많은 것을 겪기 마련이다. 그런 상태에서도 잠을 잘 수 있는 내성을 키운지는 오래지만, 간간히 그렇게 잠이 깨면 부시시 일어나 물이라도 한모금 마셔서 화를 삭힌다. 어쨌든 그럴걸 알기 때문에 일찌감치 사람들이 을 보느라 정신없는 시간에 나는 눈을 붙였다. 새벽에 두어번 깨고, 6시에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욕탕에 들어가 잠시 잠든 몸을 한번 더 깨웠다. 찜질방에서 자는 날은 항상 그렇다. 솔직히 욕탕에 들어가 있으면 이제 그만 쉬고싶다는 마음이 ..
교태전에서 아미산과 굴뚝의 아름다움을 보았다면 반드시 자경전 돌담길과 십장생 굴뚝도 만나야 한다. 자경전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재건하면서 조대비(익종의 비)를 위해 지은 건물이다. 그러나 이 건물은 두 번에 걸쳐 화마에 휩싸이는 불운을 겪는다. 현재의 건물은 고종 25년에 다시 지어진 건물이다. 자경전에 간다면 서쪽의 꽃담과 다락집인 청연루, 십장생 굴뚝을 꼭 감상하자. 꽃담은 교태전을 둘러싼 담만큼 아름답다. 특히 이곳은 조선의 아름다운 돌담중의 으뜸으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락방 청연루는 여름에 시원하게 지낼 수 있도록 네모진 주춧돌에 올라앉은 누각이다. 문을 열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거기에 앉아 있으면 꽃이 피고 지는 모습, 단풍 들고 낙엽 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아름다웠다고 ..
보통 자전거 여행은 국도와 지방도를 번갈아 이용합니다. 일단 국도 정보를 통해 가는 길을 가늠해 보는 게 보통이죠. 그러다가 관광지 등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국도를 빠져나가는 것이고요. 국도에 있는 숫자를 잘 보시면 홀수는 남북을 잇는 도로이며 짝수는 동서를 잇는 도로입니다. 만일 내가 짝수국도를 타고 있다면 동서를 있는 도로를 타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죠. 아래 정보는 http://www.letsgobike.com/ 에서 퍼온 것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 1번국도(문산-목포)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갑니다. 1번 국도는 우리나라 서부 주요도시들을 다 지난답니다. 문산→파주→고양→서울→안양→수원→평택→천안→조치원→공주→계룡→논산→전주→정읍→장성→광주→나주→무안→목포 ◎ 2번국도(신안-부산) 신안-부산입니다. 남..
9시가 좀 못되어 누님 집을 나섰다. 898번 지방국도를 타고 달리기 시작하니 얼마 안가서 한재골로 가는 길이 나온다. 이곳이 오늘의 첫 번째 고비,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2차 산맥줄기를 넘어야 하는 코스다. 예전에는 아마도 노령산맥이라고 불렀을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최근 국토연구원의 위성사진 검토 결과 백두대간의 2차 산맥이라고 정정됐다. 그렇게 한 시간을 씨름 끝에 고개하나를 넘었다. 예전 횡성에서 횡계 가던 길을 떠오르게 한 길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은 내리막길의 즐거움을 한껏 즐겼다. 많이 숙련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달리다보니 체인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기름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작은 소읍의 오토바이 정비소에서 윤활유를 도움 받아 발라놓으니 소리가 말끔히 사라졌다. 여기까지 오면서 펑크 ..
얼마전 시청 광장을 지나가고 있는데 뒤에서 자전거 한 대가 벨을 마구 올리며 일행 옆을 빠른 속도로 지나갔습니다. 놀란 일행 왈, “자전거가 인도에서 다녀도 되는 거야?”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량에 해당되잖아.” “뭐 어쩔 수 없이 인도를 다닌다면 지가 알아서 조심해야지, 완전히 난폭운전 아냐?” 네, 자전거는 차량입니다. 부득이하게 인도로 올라가서 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최소한의 매너는 보여주어야겠죠. 자전거 타는 사람들 몽땅 욕먹게 해서는 안되겠죠.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도로교통법상의 자전거 지위에 대해 카페에 올라온 글을 약간 정리해서 옮겨 왔습니다. =================================================================================..
영암의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려니 일단의 사람들이 식당으로 들어섰다.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보니 오늘 월출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이다. 영암주민이 월출산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러고 보니 영암에서 길을 물어보거나 물건을 사러 갈 때면 "월출산에 가러 왔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럴때마다 몇번 온적이 있다고 하면 이것저것 월출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월출산에 대한 영암 사람들의 자부심이 매우 크다는 걸 느꼈다. 나도 월출산을 3번 정도 오른 적이 있다. 월출산은 멀리서 바라보아도 멋지지만 그 산세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아름다운 산이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월출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식당에서 본 사람들도 인천에서 밤에 출발해 내려온 사람들이었다. 월출산을 뒤로하고 13번 국도를 탔다. 솜털구름들이 ..
비가 오면 빗물로 인해 도로 위에 얇은 층이 형성됩니다. 이 층은 물만이 아니라 도로에 있던 먼지 등의 부유물이 섞여 있기 마련이죠. 물도 그렇지만 이런 부유물들로 인해 도로는 자연스럽게 매우 미끄러워집니다.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의 경우에는 차량에서 흘러나온 각종 기름들이 같이 섞이게 됩니다. 우천시 자전거 여행은 매우 위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시야 확보도 어려워집니다. 모자를 써도 빗물로 인해 전방을 제대로 관찰할 수가 없을뿐더러 만일 백미러를 하고 있다고 해도 백미러 역시 빗물에 노출되어 있다보니 쉽게 뒤에서 오는 차량을 살피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량으로 인해 고인 빗물을 옴팡 뒤집어쓰는 경우도 종종 있죠. 타이어, 핸들, 브레이크, 페달 모든 면에서 자전거는 ..
제주도에 있는 동안에도 내륙에 비가 왔었다. 강진을 나와 달리는데 날씨가 잔뜩 흐리다. 비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한두방울 긋기 시작했다. 일전에도 비를 맞고 달린 적이 있었다. 그때도 얼마 못가서 덕신해수욕장의 청솔민박집에 머물다가 다음날 출발했다. 기상청 예보에도 비올확률이 40%라고 했으니 비가 올 거라는 각오는 되어 있었다. 먼저 2번 국도를 타고 목포 방면으로 가다가 13번 국도를 타고 영암으로 갈 예정이었다. 잘만 하면 광주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고, 못해도 나주까지는 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성전 근처에서 점점 빗방울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월남저수지 옆을 지나서 풀치터널 앞에서는 옆에서 지나가는 차들이 내는 물보라를 느낄 정도였다. 쏟아진다 싶을 정도는 아닌 잠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