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사고는 한순간이다. ‘어어’하는 두 음절이라도 나올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 순간만큼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어떻게 해서든 위기를 안전하게 모면하는 게 최선이다. 밤 11시20분 경, 마포역을 지나 마포대교로 향하는 지점에서였다. 밤늦은 시간이라 차량 통행도 뜸하고 나 역시 너무 늦어져서 급하게 달리고 있던 참이었다. 마포역 근처는 신호가 많고 대기하는 택시도 많아서 차들이 가다서기를 반복하는 정체구간이다.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 정체구간을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던 참이다. 이 구간에서 주의할 점은 갑자기 우회전하는 차량이나 택시에서 문 열고 내리는 손님들이다. 그런 점을 미리 염두에 두고 있던 차에 우회전 길로 갈라지는 길이 나왔고 나는 그곳을 직진으로 지나쳐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언더더쎄임문 감독 : 패트리시아 리젠 출연 : 아드리안 알론소, 케이트 델 까스틸로, 더보기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머나먼 LA에서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를 기다립니다. 멕시코에서 외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9살 .. 더보기 어떻게 우연이 잘 맞아서 영화 이벤트에 뽑혔다. 서대문 드림시네마, 영화관마저 생소하고 영화제목도 생소하다. 대충 보아하니 멕시코 영화다. 큰 기대도 안하고 영화 한번 공짜로 본다는 기분에 영화관에 찾아갔는데, 결론은 뜻밖의 수확이다. 영화 은 21세기판 엄마 찾아 삼만리라고 할 수 있겠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9살 꼬마 까를리토스. 엄마는 4년 전부터 머나먼 미국의 LA에서 일하며 매달 300불씩 보내주고 있다. 그 돈으로 할머니의 병원비와 약값을 데고도 그렇게 부족하지 않은..
후배로부터 의 OST를 받아 들었을 때부터 ‘아, 이 영화 꼭 보고 싶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좋다는 입소문이야 같이 일하는 여직원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듣던 터였지만, 익숙한 아바의 음악이 이끄는 매력은 그 입소문보다 확실히 대단했다. ‘원스’가 저예산 영화에서 출발한 음악 영화의 소박한 순수함이 있다면, ‘맘마미아’는 기획된 영화의 기교와 멋이 한껏 드러나 있다. 제대로 된 음악 영화를 갈구하던 대중들은 ‘맘마미아’의 출현에 환호했다. 4주 동안 전국 317만 명을 끌어들여 2004년 이 세운 2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우선 재밌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얼마 안 있어 노래가 시작되더니 정말 줄기차게 노래가 나온다. 심지어 영화가 다 끝나도 앙코르 영상을 통해 따로 보여주는 노래들도 좀처럼 자리..
여의도에서 마포를 지나 공덕오거리를 지나면 공덕동이 시작된다. 진입로만 보자면 왕복 8차선과 10차선을 넘나드는 큰 대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고, 길가로는 서울 어느 거리보다 가지런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도시의 표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2002년에 있었던 공덕동의 래미안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2,213대 1을 보여주기도 했다. 말하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 본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일대의 거리는 서울 도시 근대화의 멋으로 불릴 만한 곳이다. 그러나 그 스카이라인 뒤로는 여전히 허름하고 무너질 것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이 많다. 내가 일하는 출판사 뒤편으로도 그런 집들이 옹기종기 지붕을 맞대고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공덕동(孔德洞)이라는..
보통 내가 일하는 곳을 물어 보면 나는 마포구 공덕동이라고 한다. 공덕동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오래전에 이곳에서 근무를 한 일이 있기 때문에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이라면 깜짝 놀라곤 한다. 그렇다, 나는 다시 컴백했다. 예전처럼 교과서를 만들 것이다. 내년에도 교과서도 만들고 지도서도 만들고 교재도 만드는 일을 할 것이다. 일이 일을 만들고 그 일이 다시 일을 까는 그런 수렁에 다시 들어왔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의 심정이다. 그래 알만큼 알고 겪을 만큼 겪어봤기 때문에 두려울 게 없다는 심정이다. 하여튼 다시 공덕동이다. 아무래도 이제 이곳에서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다. 놀아보니 그렇다. 오래 놀면 마음 약해..
한국관광공사에서 도전 트래블러거를 모집한다고 한다. 트래블로거에 선정이 되면 여행 경비의 일부 지원해 준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해 내용을 들춰보니 반갑게도 지정 여행지에 태안도 포함되어 있다. 다음은 지원양식에 따른 이벤트 응모 내용이다. - 지원 사유 :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태안은 지난 기름유출 사건 때 자원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던 곳입니다. 당시 함께 했던 후배들과 괜찮아지면 꼭 한번 일부러라도 놀러 가자고 약속했지요. 그렇지 않아도 10월에 갈 생각인데, 지원해 주시면 멋진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 여행 지역 : 충청남도 태안 - 여행 날짜 : 10월 3일 ~ 10월 4일 - 여행 컨셉 : 다시 찾는 태안, 살아나는 태안 - 여행 일정 : 10월 3일 출발하는 1박2일 일정 ..
낯설지만 재밌었던 레바논 영화 . 사실 이 영화가 어느 나라 영화인지는 인터넷을 뒤져보고 알았다. 영화를 보고서는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었고, 영화 팸플릿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이슬람과 그리스도교가 공존하는 모습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연애결혼을 인정하면서도 아랍의 보수적인 문화로 미혼 여성이 혼자 호텔을 예약할 수 없고, 혼전 성관계가 용납되지 않지만 그러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처녀막 재생 수술이 보편화되어 있는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레바논 여성들의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지중해의 따스한 빛과 카라멜의 황금빛 영상으로 스크린을 감싸고 있다. 영화 은 그런 배경을 묵직하게 깔았지만, 여성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닿아 유쾌하고 발랄하게 상황을 이끌어갔다. 우리나라 영화 를 연상할 수 ..
“이거 어디서 났어요?” “요 앞 길 건너 가게에서 샀어요.” “참 예쁘네요.” “화분이 마음에 들더군요.” 사올 때 이 녀석의 안내 팻말에 ‘더피’라고 적혀 있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줄고사리과 식물이라고 한다. 학명은 Nephrolepis cordifolia. 원산지는 일본이지만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구슬같이 작고 약간 동그란 듯한 잎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탐스럽다. 물을 좋아하며 음지에서도 잘 자란다. 사무실 반응은 좋았다. 예전 직장의 어느 부서는 전략적으로 화초를 분양했다. 직원들은 대부분 책상에 작은 화분 하나쯤은 기본이었고, 어떤 이는 3~4개를 올려놓아 마치 화단처럼 꾸민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사무실의 조그마한 공간에는 어김없이 큰 나무나 화분이 놓여 사무실 공기를 맑게 순환시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