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로부터 의 OST를 받아 들었을 때부터 ‘아, 이 영화 꼭 보고 싶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좋다는 입소문이야 같이 일하는 여직원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듣던 터였지만, 익숙한 아바의 음악이 이끄는 매력은 그 입소문보다 확실히 대단했다. ‘원스’가 저예산 영화에서 출발한 음악 영화의 소박한 순수함이 있다면, ‘맘마미아’는 기획된 영화의 기교와 멋이 한껏 드러나 있다. 제대로 된 음악 영화를 갈구하던 대중들은 ‘맘마미아’의 출현에 환호했다. 4주 동안 전국 317만 명을 끌어들여 2004년 이 세운 2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우선 재밌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얼마 안 있어 노래가 시작되더니 정말 줄기차게 노래가 나온다. 심지어 영화가 다 끝나도 앙코르 영상을 통해 따로 보여주는 노래들도 좀처럼 자리..
낯설지만 재밌었던 레바논 영화 . 사실 이 영화가 어느 나라 영화인지는 인터넷을 뒤져보고 알았다. 영화를 보고서는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었고, 영화 팸플릿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이슬람과 그리스도교가 공존하는 모습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연애결혼을 인정하면서도 아랍의 보수적인 문화로 미혼 여성이 혼자 호텔을 예약할 수 없고, 혼전 성관계가 용납되지 않지만 그러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처녀막 재생 수술이 보편화되어 있는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레바논 여성들의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지중해의 따스한 빛과 카라멜의 황금빛 영상으로 스크린을 감싸고 있다. 영화 은 그런 배경을 묵직하게 깔았지만, 여성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닿아 유쾌하고 발랄하게 상황을 이끌어갔다. 우리나라 영화 를 연상할 수 ..
무영탑을 만든 아사달 같이 전문가들이 만든 작품이 아니다. 거친 손으로 투닥투닥 두드려 만들어낸 흙인형이다. 당연히 누가 왜 만들었는지 세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 그저 누군가의 무덤 한켠에 자리잡아 이생의 삶을 다시 저승에서도 잘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토우는 보통의 신라인들이 자신들의 삶을 표현한 UCC, 즉 자체개발 콘텐츠인 셈이다. 천년의 세월을 넘어 토우가 여전히 우리에게 재미있고 유쾌한 상상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니까 천년전 이 토우를 만들었던 이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그 유쾌한 만남이 즐겁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신라관 한편에는 이 토우들만 모아 독특한 전시를 펼쳐놓고 있다. 손가락 두마디 만한 크기의 토우들이 보여주는 세상은 신라인의 유쾌함..
언제부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피곤했다. 늦은 저녁 지하철 풍경은 모두 각자의 일상을 마치고 하나둘 어깨에 짊어진 짐들을 질질 끌며 집으로 가고 있다. 저 짐들은 다시 내일 아침이면 질질 끌리며 직장으로 학교로 다시 경쟁의 세상으로 가지고 가야 할 것들이다. 세상의 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을까. 짐의 형식이나 방법은 달랐을 테지만,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운명이 반드시 짊어질 억겁의 운명은 하나였을 거다. 생-로-병-사, 21세기 과학이 풀지 못하는 의문은 몇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 경계에 다가서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그 안의 괴로움까지 풀 수 있을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을 만났다. 마른듯하지만 강건하고, 부드러운 듯하지만 날카로운 조각선들, 저 보일 듯..
기대를 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무심히 셔터를 누를 때가 있다. 대부분의 풍경은 프레임 안에 갇혀버리기 일쑤다. 정말 좋은 사진은 프레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사진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항상 카메라 뒤에 숨어 있다. 그것은 프레임을 보다 객관적인 시선을 담아야 한다는 말이다. 매그넘의 사진들은 프레임에 숨어 있는 진실들, 그리고 사진기 뒤에 있는 작가들을 보여주었다. 매그넘의 명성은 이미 권력이다. 물론 그들은 목숨마저 내놓고 위험한 역사의 현장을 마다하지 않는 불굴의 작가라는 점에서 그런 권력은 의미 있으며 가치가 있고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들의 명성과 권력이 어떻게 한국을 담아낼지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들이 프레임 안에 담아낸 풍경은 실상 아주 단순하고 가까운 평범한 일상들이었다. ..
하루종일 비가 왔다. 비 오는 소리가 좋아 창을 열었다. 차가운 창살이 창 앞에 가지런히 서있다. 지금 당신의 집 창문은 어떤가. 아마도 당신이 도시 생활을 하고 있다면, 특히 서울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절반 이상은 쇠창살 창문을 보고 있을 것이다. 열린 창으로 보여야 할 푸르른 하늘이 창살로 쪼개져 있을 거다. 우리는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가늠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외부의 적을 상정하고 우리를 스스로 속박하고 있다. 스스로 눈을 가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근대 역사에서 결코 함께 설 수 없는 이웃이 되어 버린 두 나라. 영화 는 그 두 나라의 경계에 있는 레몬 농장의 팔레스타인 여인 살마와 그 옆으로 새로 이사온 이스라엘 국방장관 나본과 그의 부인 미라의 이야기다. 셀마의 레..
6명의 인물들이 등장해 각각 밥딜런의 일생을 보여주었던 영화. 하지만 밥 딜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영화의 행간을 읽기에는 그 속도감을 쫓아가기도 힘들뿐더러, 여러 배우들의 연기들이 각각의 파편화로 인해 난해하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예술과 예술가가 분리되고, 노래와 가수를 함께 바라보지 않으며, 예술가가 살아야 하는 삶과 시대를 작의적으로 동일시하려는 이들에게 영화는 예술가가 살아야 할 삶의 무게를 진지하게 말해주고 있다. 영화가 모두 끝나고 엔딩자막이 올라오며 흐르는 노래는 어쩌면 시대에 희생당하는 예술가의 좌절을 담은 것처럼 슬프게 슬프게 흘러갔다. "Knock knock knocking on heaven's door"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밥먹는다. - 무슨 반찬 - 개구리 반찬 - 살았니? 죽었니? 아마도 누구나 기억하는 전래놀이의 노랫말이다. 여기서 개구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에 따라 놀이는 긴박하게 전개된다. 아무튼 삶과 죽음은 이 놀이에서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죽은 고기를 먹고 있다.(물론 가끔 '산낙지'도 먹어주고 있다) 불이라는 문명의 매체를 이용해 안전하게(?) 섭취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을 하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환경운동을 하는 후배는 채식주의자다. 유감스럽게도 그 후배와 술한잔도 못해봐서 채식주의자의 생활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채식주의자가 살아가야할 이 세상은 보통의 사람보다 몇배는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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