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졸업할 때만 해도 그런 말은 없었다. 학점이 좀 부족해도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점수를 딸 수 있다는 황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살던 때였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스펙이 딸려서.” “스펙을 키워야 해요.” “거기는 어느 정도 스펙이 되어야 해요.” 스펙 때문에 대학에 대학원까지 졸업하고도 다시 학원을 쫓아다니고도, 토익 토플 시험 보러 다니고, 영어 외에 2개 외국어를 배우느라 머리 터지게 싸우고 있다. 스펙의 내용을 보면 딱히 자기개발과는 다른 내용들이다. 대부분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추상적인 내용의 구체화에 불과하다. 학원들만 신이 났다. 불과 10여년 차이 밖에 나지 않는 그들과 나의 괴리는 세대차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큰 간격을 가지고 있다. ..
“무슨 일 하세요?” 상대방을 알고자 할 때 가장 쉽게 던지는 말이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이 그 사람을 말해 준다는 오래된 관념이 투영되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편견을 담는 말이다. “편집자에요. 책 만드는 일을 하죠.” 내 설명은 그것으로 끝이다. 그럼 상대방은 여러 가지 상상을 할 것이다. 상대방의 지인 중에 편집자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좀 절망스럽다. 세상의 모든 작가들이 어떻게 편집자를 묘사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 작가가 받는 스트레스의 근원은 보통 편집자 혹은 편집장의 마감 독촉이다. 마감 독촉을 하는 편집자의 모습을 작가들은 사악하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마감 원고를 받기 위해서는 옆에서 밤새도록 방문앞을 지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독종들로 묘사하..
정말 지금이 집을 살 마지막 기회일까? 어제(12일) PD수첩의 제목은 ‘2010년 부동산 경제, 아파트의 그늘’이었다. 확실히 부동산, 특히 아파트 경기는 죽어가고 있다. 단순히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요인만 있는 건 아니다. 연일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부동산은 이미 거품이 잔뜩 끼어 있었던 터라 결코 다시 뛰지는 못할 것이다. 이렇게 미분양이 속출하고 분양가 이하에 나온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 내집 마련 절호의 찬스라고 부추기는 언론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정말 지금이 집을 살 마지막 기회일까?’ 여기에 대해 이 책 은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선대인 씨가 쓴 '위험한 경제학'은 집을 사기 전에 사실 관계부터 바로 보자고 한다. 언론에 나온 보도와 다른 실제 부동산 ..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녹색평론사 언젠가 우리는 모두 생활(수준)의 기준이 아니라 삶의 기준으로, 부(가진 것)의 척도가 아니라 나눔의 척도로, 표면적인 위대함이 아니라 내면적인 선함으로 평가될 것이다. -윌리엄 아서 워드 누군가가 그랬다, 성장은 본능이라고. 그렇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성장한다. 그러나 그 성장의 끝에는 반드시 소멸이 있다. 생성, 성장, 소멸 이 세 가지는 불변의 진리다. 이 책 는 그 중 성장과 소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신문의 한편에서는 오르내리는 환율과 주가와 함께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바뀔지 시시각각 전달한다. 도대체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
영화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나온다. 가장 큰 갈등은 물론 형사(조필성)와 탈옥수(송기태)의 갈등이다. 여기에 서울의 무술 경관을 중심으로 한 특수수사대와 지방경찰서의 형사들 간의 갈등이 곁들여진다. 또 매끄러운 서울말씨를 쓰는 송기태와 예산 지역 건달들의 갈등도 한몫 크게 한다. 조필성과 그의 아내 사이의 갈등 역시 조필성의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경찰서 내에서 반장(상사)과 조필성(부하직원)의 갈등도 보인다. 이 모든 갈등의 해결은 모두 하나로 결론 내릴 수 있다. 즉 탈옥수 송기태를 잡는 일이다. 마치 하나의 깔때기로 물이 모이는 것처럼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 있던 골치 아픈 문제들은 바로 조필성이 송기태를 검거해야 끝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시골 형사, 그것도 정직 먹은 형사가 무술..
“12월 19일 실시된 제17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62.9%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 선거인수 3765만 3518명 중 모두 2368만 3684명이 투표를 마쳐 투표율은 6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대선 가운데 최저 투표율(70.8%)을 기록했던 16대 대통령선거보다 낮아 역대 최저 투표율 기록을 세웠다.” 어느 모 뉴스사이트에서 퍼 온 지난 대선 결과이다. 뉴스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의 수는 정확히 1396만 9834명에 이른다. 이 중에서 정말 시간이나 여건이 안 되어 투표를 못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투표를 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유는 다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일 많은 부분은, 어차피 내 한 표가 당락에 큰 영..
그래 인간이 되지 못한다 해도 괴물은 되지 말자. 맞다, 그런 말이 있다. 아무리 지금 상황이 고달프고 벼랑끝으로 몰린다 해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성을 잃어버리면 안된다. 우리는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만, 정작 인간성을 지킬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다달을 때면 어떻게 바뀔까. 이에 대해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는 라는 소설에서 그의 상상력을 펼쳤다. 백색실명증. 어느 순간 갑자기 눈앞에 하얀 우윳빛이 점차 번지고, 그러다가 시야는 온통 백색으로 가득차 앞으로 보지 못하는 병. 게다가 이건 전염병이다. 전염도 매우 쉬워서 눈과 눈이 마주치면 하루 정도 지나 완전하게 전염되고 만다. 도시는 순식간에 백색실명증이 퍼지기 시작하는데, 안과의사의 아내만이 유일하게 백색실명증에 걸리지 않는다. 전염이 안되는 유일..
엄마는 노심초사한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엄마는 자녀의 노예다. 아니다. 한국 사회의 자녀들은 엄마의 노리개이다. 정반대되는 두 개의 명제가 어찌됐든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는 통용될 수 있는 논리다. 다시 말해 이것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엄마들의 모순이다. 엄마와 자녀가 맺고 있는 관계의 모습(형식)이야 어떻든 그 내용은 지구 어디나 같다. ‘모정’, 단 두음절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순수할 것만 같은 ‘모정’이라는 말도 정작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드러나는 모습은 그렇게 두터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최근의 ‘알파맘 VS 베타맘’ 논쟁도 그런 엄마들이 가진 모정의 형식을 두고 나타난 말이다. 우리 사회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가지고 있는 최대 관심이 ‘교육’인지 아니면 ‘성적’인지 헷갈리고, 욕심과 욕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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