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무실에는 정수기가 하나 있습니다. 커다란 물통을 거꾸로 뒤집어 꽂아 놓는 형태죠. 매번 이 물을 마실 때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5층까지 이 무거운 생수통을 들고 오셨던 생수 회사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한번 나를 때면 보통 5~8개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옮기시는데,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사무실까지 올라온 생수를 생수기에 꼽는 건 남자 직원들 몫입니다. 물론 여직원들이라고 못하겠습니까만, 보통 남자가 있는 사무실에서는 남자가 하기 마련이죠. 아무튼... 이 신성한 업무(?)는 또한 사무실에서 제일 젊고(?) 가장 가까이에 있고, 또한 만만하게(좋게 말하면 편하게) 생긴 저에게 많이들 부탁하십니다. 그럼 저는 흔쾌히 임무를 수락하죠. 먼저 생수통을 생수기 옆으로 가져온 후, 뚜껑의 비닐을 ..
드디어 블로그 포스트 수가 댓글 수를 추월했다. 오래 전에 예상한 바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눈앞에서 보니 황망하기가 그지 없다. 그만큼 다른 이와의 소통이 부족한 것이려니 생각하면서도 아무리 못잡아도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이 방문하는 블로그에 댓글이나 트랙백이 이렇게 잡히지 않는대서야 체면이 서지 않는다. 물론 나 스스로 다른 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거나 대화하는 형식의 블로그가 아니라 혼자 일상의 자잘한 재미들을 옮겨 적는 것에 만족해 하고 있으니 그런 결과는 당연하다. 또 그런 것에 연연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어찌됐든, 나를 아는 지인들이 내 생활의 단편들을 아무때나 와서 보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내 마음의 문과 같다.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내 소소한 일상은 아니더라도 삶의..
어제 점심 때의 일이다. 간만에 동료 직원들과 함께 식당에 들렸다.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식당이다. 주로 고기를 파는 집이지만 점심 때는 근처 셀러리맨들을 대상으로 점심 영업도 하는 집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이 대형 빌딩들이 밀집되어 있고, 사무직원들이 많이 일하는 곳이라서 점심 때면 쏟아져나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만큼 식당들도 점심 반짝하는 시간 무척이나 번잡하고 소란스럽다. 그나마 우리 회사가 점심 시간이 30분 늦는 터라 식당의 막바지 손님들이긴 하지만 인기있는 식당들은 꼭 줄을 서야 한다. 우리가 간 식당은 워낙에 큰 식당이라 그런지 줄을 설 일은 없다. 게닥 한바탕 손님들이 쓸고 지나가서인지 상당히 어수선하고 먼저 다녀간 손님들의 음식냄새가 진동을 한다. 우리도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려..
1. 매번 광고 메일만 날아오던 네이버 쪽지로 반가운 내용이 도착했다. 20대 학생이 보내온 쪽지인데, 얼마전 TV 인간극장에서 상영한 '그 가을의 뜨락'편을 보고 보내온 쪽지였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홍영녀 할머니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내용을 보고 홍할머니가 쓴 책을 보고 싶던 차에 내 블로그에 올라온 글(홍영녀 할머니의 '가슴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을 보고 쪽지를 보낸 것이다. 나 역시 그 책을 어렵게 구했고, 책을 보면서 어렵고 힘들게 살아온 할머니의 인생과 철학에 큰 감동을 받았던 터라 흔쾌히 책을 빌려주기로 했다. 책을 빌려주겠다는 답장을 보내자 얼마후 다시 쪽지가 왔고, 자신이 이 책을 찾는 이유를 정리해 보내주었다. "어제 새벽에 잠이 안와서 티비를 켜놓고 있었는데, 마침 방송을 ..
떡볶이 by eunduk 단군신화에 따르면,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참고 인내하여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신화적 상상력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떡볶이와 오뎅을 먹는 걸로 서민에게 다가선다는 것도 역시 상징일 뿐이겠다. 나라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가진 분이 그런 상징을 하는 데는 그만큼 민심의 이반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떡볶이집 아줌마야 대통령이 왔다가니 좋아하겠지만, 국민들 대부분은 쇼임을 잘 안다. 정책과 내용으로 서민정책을 내놓아야 할 판인데, 용산 참사 가족에게는 구속을 남발하고, 노동자 서민의 지갑을 털어내기 위해 증세하고, 각종 공공요금은 계속 오르며,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올리면서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