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일이든 시작이 어렵다. 혼자 실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진행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지리산둘레길을 걷자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서울둘레길을 마친 지난 봄에 그런 생각은 더 간절해졌다. 새로운 트래킹 코스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마침내 지난 8월 18일 지리산 둘레길의 첫발을 내딛는 결실을 맺게 하였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멀리 지방으로 내려가는 거라 신경써야 할 게 많았다. 1박을 할지, 아니면 새벽에 출발할지에 대한 선택부터 자가용을 이용할지 대중교통을 이용할지, 트래킹 구간에 식수와 음식은 충분한지, 코스 내에 위험한 구간이나 길을 잃기 쉬운 구간은 없는지, 이정표 등은 잘 되어 있는지 등등 첫 트래킹에 앞서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게다가 서..

8월 11일.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사비나 미술관을 방문했다. 일요일 낮 12시 즈음에 출발했지만 1시간도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반대로 은평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교통 체증이 심해서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곳 미술관을 알게 된 것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흥미로운 외관과 독특한 기획 전시, 그중에서도 아이가 흥미롭게 볼만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성인 6천원, 어린이와 청소년은 4천원이다. 관람권을 끊으면 1층 카페에서 음료를 1천원 할인해 준다. 특히 주목한 전시는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 동물, 예술로 HIG"라는 전시전이었다. 아래는 이 전시와 관련한 설명을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더보기 (이하 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展은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얼마전에 대학 동기들 몇몇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옛날 레코드를 틀어주는 생맥주 집에서 텅빈 맥주잔을 기울이면서도 말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옛노래를 배경으로 옛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추억에 젖어 살아온 삶의 실오라기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면서 투박하게 술상 위에 펼쳐 놓습니다. 지나간 것은 아름답죠. 나름 두루두루 동기들과 인맥이 연결되어 있어 아는 척도 잘하고 다닙니다. 동기들은, 제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로 그 수많은 연애 사건들에 휘말리지 않고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며, 누구하고도 연애를 하지 않았던(사실 못했던) 대학 생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하더군요. 청춘 남녀가 모인 대학에서 사랑에 빠지지 않은 자는 유죄죠. 그 죄의 대가를 지금 받는 건지도 모르지만... 한번 쌓인 오해는 시간이 갈수록 찌든..

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면 쉽게 상처받고 겁이 많아 무서움에 떨면서 구석으로만 슬슬 피하던 쬐끄맣고 깡마른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면 됩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사로 잡혀 있어서 바깥에서 한번이라도 안면이 있는 어른들에게는 꼬박꼬박 인사를 잘 했는데, 그러면 대부분의 어른들이 나를 알아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곤 했죠. 하지만, 그건 어쩌면 나를 지키고 싶었던 어린 나의 순진한 처세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물론 용기 있는 삶과는 거리가 멉니다만... 그런 내 성격을 닮았는지 내 아이도 겁이 많고 착하고, 부끄럼도 많이 탑니다. 3개월 전 이사하고 자기 방을 따로 마련하여(사실 이전 집에도 아이 방은 있었지만 그곳을 사용하지 않았죠) 따로 재우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진전이 없네요. 애써 내가 계속 아..

2019.7.8. 안양천변에 있는 구일역 밑으로는 철교를 지나는 전철의 덜컹거리는 소리와 김포공항을 찾는 비행기들이 고도를 낮추면서 지르는 엔진음으로 시끄럽다. 거기에 급하게 꺾이는 도로에서는 간간히 체인 돌아가는 소리를 내며 자전거들이 합세한다. 두 소음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지난 토요일 저녁에는 달랐다. 여러 소음을 뚫고 응급센터와 통화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가족과 함께 토요일 저녁 집을 나서 철산상업지구까지 안양천변 길을 따라 산책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구일역 철교 밑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이미 4~5명의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 주변에서 그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고, 일부는 응급센터와 통화를 하는 듯했다. 나도 도울 것이 있을까 해서 다가갔지만 별다른 의료 지식이 없으니..
2019.7.5. 이른 아침부터 해가 새침하게 나온 품이 오늘도 참 날이 덥겠구나 하다가 그래도 간간히 떠 있는 구름에 잠시 눈길을 돌리며 집을 나섰습니다. 아파트 앞 주차대에서는 따릉이 관리원이 트럭을 세워두고 일부 자전거를 트럭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것은 특정 지역에 자전거가 너무 많으면 그 자전거를 실어다가 부족한 지역에 추가로 대는 일일 것입니다. 나름 아저씨 일을 돕는다고(내가 한 대를 빼서 나가면, 그만큼 아저씨가 자전거 한대를 뺄 필요가 없기 때문) 서둘로 자전거를 빼고 엉덩이를 걸치려 하는데... 하 앞바퀴가 흐물흐물하네요. 아저씨에게 말하고 다른 자전거로 갈아타려고 다시 앱을 열어 보는데 로딩은 또 왜이리 오래 걸리는지. 이번에는 자전거 바퀴와 브레이크 안장까지 다 살펴서 ..

지난 1일부터 팀에 인턴 학생들이 출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근로자이자 학생이라는 애매한 직위를 갖고 있죠. 게다가 99년생이랍니다!!! 딸이 2009년생이니까 딱 10살 많은 셈인데요. '인턴'하면 앤 해세웨이와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 2015년 영화 만 알고 있던 저에게 이것은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같이 지내야 하니 몇가지 찾아본 게 있는데.... 최근 라는 책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의 목차에서는 90년생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목차 내용) ----------- "간단하거나" - 줄임말이 전방위로 확대된 90년대생들의 언어 | 90년대생 은어의 특징과 유형 | ‘별걸 다 줄였을 때’ 일어나는 일 |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언어: 이모티콘과..
2019.7.2. 제는 대표이사 이취임식이 있었습니다. 전임 대표 이사님은 이 회사에서 24년 1개월을 일하셨다고 하네요. 단순히 회사에 의미 있는 기록과 업적을 남기신 것을 넘어 교과서 출판계 전체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신 분이죠.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시는데, 일부 직원들은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사장님의 눈가도 촉촉하게 젖은 모습을 보니, 또 하나의 시간과 기억이 이렇게 세월 저편으로 건너가는 건가 싶네요. 아무튼 새로운 대표이사님의 취임 축하 회식으로 뷔페에서 배터지게 점심을 먹었더니 하루밤만에 몸무게가 훌쩍 뛰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열심이 자전거 출퇴근을 했습니다. 그러면 뭐하겠습니까. 줄어드는 건 몸무게가 아니라 기운이네요. 기운만 쭉쭉 빠집니다. 중년의 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