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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은 네 번째다. 방문의 횟수만큼 제주도의 즐거움도 배가 되고 있다. 첫 번째 제주도 여행은 대학 3학년 때의 수학여행이다. 일종의 패키지 관광이였는데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두 번째 여행은 금성출판사 차원에서 직원 모두와 함께 떠난 여행인데, 한라산 방문이 유일하게 남는 기억이다. 세 번째 여행은 2006년 자전거 전국일주였다. 열심히 페달을 밟으면서 제주도 일주도로를 달렸다. 날씨가 정말 훌륭했던 것, 그리고 바람이 징하게 불었던 것이 기억에 남았다. 이번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은 잘 짜인 자유여행이었다. 트래킹과 우도 일주가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 완도여객터미널. 색다른 여행을 생각한다면, 완도로 가서 제주로 가는 배를 타자.
게다가 참 저렴하게 다녀온 여행이다. 한사람당 26만원이 채 안 되는 비용으로 3박5일의 제주도와 우도를 돌아다녔으니 나름 성공한 여행이다. 여행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과 숙박을 아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포-제주 간 왕복항공권의 가격이 유류할증료 포함 20만원에 육박하는 성수기, 4명이니까 약 80만원이다. 우리는 항공편 대신 완도까지 차량으로 이동하고 완도에서 제주까지 배편을 이용했다. 4명이서 차량과 배편으로 제주도를 찾아갈 경우(차량은 가스 차량이었다), 비용은 대략 350,000원 선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비행기 값의 절반으로 제주도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김포에서 제주도까지 비행기로 30분이면 가능한 거리를 차량과 배편을 이동할 경우 최대 11시간(서울-완도 6시간, 완도-제주 5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우리 일행은 밤 11시에 안국역 근처에서 만났다. 서울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보니 그나마 모이기 쉬운 장소로 택했던 것이다. 차량은 내가 준비했다. 가스차량으로 좀 오래된 SM520이다(아직 10만km도 뛰지 않았다). 면허증이 있는 세 명이서 번갈아 운전하기로 했다. 먼저 목포까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서 다시 2번국도를 이용해 완도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완도에서 제주도로 가는 첫배는 7시30분에 있다. 이 배를 놓친다면 오후 3시 이후에 배가 뜨므로 반드시 이 배를 잡아야 한다.
번갈아 운전한 끝에 우리는 6시를 조금 넘겨 완도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근처 도로가에 차를 주차하고 터미널에 들어갔다. 완도에서 제주도를 가는 배는 하루 세편있으며 각각 오전 7:30분(한일카훼리 3호, 3등실 요금 23,350원) / 오전 10시 40분(한알카훼리2호, 2등객실 23,350원) / 오후 3시 30분(한일카훼리 1호, 2등객실 23,350원), 이렇게 마련되어 있다. 시간은 한일카훼리 3호가 5시간 정도 걸리고 나머지는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우리는 한일카훼리 3호에 탑승했다. 위 정보는 성수기 기준이며 2008년 7월 말 요금이므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꼭 전화로 확인하고 가는 게 좋겠다.
▲ 승선개찰권. 완도에서 제주도로 가는 배편의 3등식 객실 요금은 23,350원. 성수기라 할증이 붙었다.
▲ 3등실 풍경. 잠이 장땡이다. 악조건에서 잠을 청하는 분들이 참 대단하다.
▲ 제주항에 도착할 즈음. 그래도 한컷 찍어야... ^^
시간이 지나자 안개는 옅어졌다. 제주항에 도착해 렌트카를 섭외하기 위해 미리 알아본 렌트카 회사 사무실로 찾아갔다. 계획은 3일 중 하루는 트래킹을 하는 만큼 48시간만 이용, 15만 원 정도를 예상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참석하겠다는 수진선배의 일정이 바뀌어서 렌트카를 72시간 동안 대여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참고로 완도에서 제주로 들어올 때 중형차를 배에 싣는다면 왕복 22만 원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렌트카를 72시간 대여할 경우 중형차의 경우 약 25만원이 넘을 테니, 이런 경우에는 배편에 차를 싣고 오는 게 좋았다.
좌충우돌 끝에 차를 렌트했다. 미리 렌트 예약을 하지 않아서 좋은 차를 빌릴 수는 없었다. 결국 내려올 때 몰고 왔던 차량과 똑같은 SM520을 렌트해 몰고 다녀야 했다. 차를 렌트 한 다음에 찾아간 곳은 제주에 있는 대형마트, 장보기다. 서영선배가 잘 준비해서 메모한 대로 장을 보았다. 장도 간소하게 보았다. 술과 김치, 생수와 국거리와 카레 등등 돌아보니 장도 참 소박하게 보았다.
장보기까지 마치고 늦은 점심식사를 해결하니 2시가 넘었다. 서귀포에 있는 한국콘도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서 해수욕장 한군데 정도 들렸다가 가기로 했다. 먼저 들린 곳은 협재 해수욕장.
▲ 현상이는 당최 바닷가에 발을 담그지 않았다. 산속에 사는 놈이라 그런지 바다와는 친하지 않나 보다.
▲ 협재 해수욕장의 모래가 좋아서인지 여기저기 아이들의 모래성 놀이가 자주 눈에 띄었다.
협재 해수욕장은 모레가 가늘고 은빛이 난다. 게다가 수심이 낮고 완만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이 많았다. 제주도의 해안에 첫발을 담근다는 의식을 치렀다. 의식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그저 우리끼리 정말 제주도에 왔다는 기쁨을 누렸다. 한쪽 넓은 바위 여기저기서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줍고 있다. 아마도 조개를 줍고 있을까. 꼬맹이들은 모래사장에서 마음껏 모래놀이를 한다. 집 근처였다면 한소리 들었겠지만 여기는 제주도의 바닷가다. 아이들은 신났다.
아이들만 신이 났을까.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바닷물을 밟으며 한참을 들어가도 어른 허리까지 들어가려면 한참이다. 물이 빠지면 저 멀리 비양도까지 헤엄쳐 가는 담대한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좀 과장된 말이다.
날이 흐리고 안개가 끼어서 비양도의 모습도 흐릿하다. 해가 서녘하늘로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는게 보일 때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다. 발가락 틈에 끼인 모래가 서먹서먹하지만, 제주데 있는 동안은 익숙해져야 할 것들이겠지.
콘도에 들어오니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밤새 운전해서 오고 배를 다섯 시간이나 타서 그랬는지, 다들 피곤해 보였다. 항공편으로 제주에 온 수진선배를 맞이하러 현상이가 차를 가지고 나간 사이에, 서영선배가 맛있는 된장찌개를 준비했고, 나는 환국이를 도와 카레를 마련했다. 첫날 상차림은 간소하게 준비했다. 나와 서영, 수진 선배, 환국이와 현상이 이렇게 다섯 명이 제주의 밤하늘 아래서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피곤하다지만 거나하게 취할 때까지 술상은 이어졌다. 설레는 제주의 첫날밤은 그렇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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