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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군대를 간다는 것에 대해 잘 안다. 나보다 한참 어린 조교들이 내리는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굴러야 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매이징(Amazing)한 일일 것이다. 물론 군생활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라는 걸 배워가는 게 훈련소 생활이니, 현빈은, 아니 김태평씨는 사회지도층이나 연기자가 아닌 평범한 훈련병으로서 국민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군기 잡힌 모습은 분명 연기가 아닐 것이다. 해병대 군기가 보통 군기인가!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 대부분은 1년 이상 똑같은 악몽에 시달린다. 바로 군에 재입대하는 꿈인데, 이런 꿈도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 비상사태가 발생해서 다시 재입대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군행정 시스템이 잘못되어 아직 군에 입대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었으므로 시스템이 복원되기까지는 일단 재입대하라는 황당무계한 꿈도 꾼다. 때로는 꿈속에서 자다가 눈을 떴는데, 아주 익숙한 내무반이더라는 꿈도 지겹게 재방영된다. 그럴 때마다 등에서는 식은땀을 주룩주룩 흘리며 꿈에서 깨어난다. 꿈이 얼마나 생생했는지, 불을 켜서 일어난 방이 내무반이 아님을 확인해야 간신히 다시 잠들 수 있을 정도다.

정신의학자들은 트라우마 또는 외상 후 스트레스와 비슷한 것이라고 한다. 군대가 주는 정신적 충격이 크다는 말이다. 실제로 많은 남성들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을 다니는 것도 사실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군대 내 구타 및 가혹행위도 그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해병대의 군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태평씨가 다니는 해병대의 군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쎄다”라고 이야기한다. 도대체 해병대 군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과연 그 군기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한몫을 해 줄까?

지난 3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병대에 대한 직권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그것은 참담하게도 군기가 “쎄다”는 해병대 내에서의 구타∙가혹행위에 대한 내용이었다.(관련 보도자료)

사실 이번 직권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부대 내 구타 및 가혹행위에 대해 “우리 사회의 우려와 달리 군 내부적으로 상당한 노력과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2006년 2월 군대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유독 해병대에서만 이런 현상이 잘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실시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0년 해병대 의무대 환자발생보고서에 따르면 고막천공 30여건, 비골∙늑골, 대퇴부 파열 등 타박상 기록이 250여건에 이르는데 발병 경위 등은 부실하게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또 대부분의 가해자가 후임병 시절 유사한 구타∙가혹행위를 당했고 이를 참고 견디는 것을 ‘해병대 전통’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폭행사건을 상급자에게 발설할 경우 기수열외 등 2차 피해를 주는 폐쇄적 조직 문화가 팽배했다(기수열외: 해병대 조직에서 배제하는 것을 의미하며, 구체적 방식은 가해자인 선임이 피해자 보다 후임기수에게 피해자에 대해 반말과 폭행을 가하게 하여 인격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 게다가 지휘∙감독자들은 부대의 명예훼손 및 불이익을 우려해 ‘구타에 대해 엄정히 사법처리하라’는 관련 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경미하게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앞에서 전한 꿈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대개의 군대 꿈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20대의 꽃같은 젊은 날을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끼리 보내는 공간이 왜 이렇게 비극적인 기억으로 남아야 하는 걸까. 그것은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이 가지는 한계도 있지만, 비합리적인 조직 문화와 고리타분한 관행 때문이다.

군인복무규율 규정에 따르면 ‘군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적 제재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것은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안전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헌법을 지키고 수호해야 할 군대가 헌법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태를 간과한다면, 그것은 곧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김태평씨, 아니 현빈의 무사 제대를 기원한다. 그가 말한 유행어로 이 글을 정리한다.

“여긴 당신네들이 생각하는 그런 훈련소가 아니야. 뛰어난 교관과 조교들이 훈련생들 한명 한명을 열과 성의를 다해 인권적 가치로서 대하는 그런 곳이야. 한마디로 목숨을 바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토를 지킬 수 있는 어메이징한 군인을 만드는 곳이지.”



별별이야기에 보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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