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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전 후배 Y를 만났다. 그 이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 아들을 낳은 워킹맘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바로 아이를 갖게 되었지만, 아기를 어린이방에 맡기고 출근하는 일이 쉽지 않은가 보다.
이날의 만남은 후배의 고민 때문이다. 나와 만난 Y는 식당에 자리를 잡자마자 눈물부터 흘리며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아기를 어린이방에 맡긴지 얼마 되지 않아 아기는 그만 요도 간염에 걸려 신장까지 바이러스에 간염 되어 열흘이나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단다. 그동안의 마음고생 몸고생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아기는 얼마 전에 퇴원해서 집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어린이집으로 보내야 하는 Y의 마음은 더할 수 없는 상처로 아파하고 있었다.
"아이도 잘 키우고 직장일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없어요. 아이 키우는 것도 자신이 없고, 직장에서 일도 손에 안 잡혀요."
"그만두고 한 1~2년 쉬었다고 다시 일할까 생각도 해 보는데, 그럼 그 뒤에 다시 일자리가 나에게 주어질까 하는 걱정도 있고요."
"육아 휴직을 내려고 해도 나름 진보적인 출판사라는 우리 회사에서도 그런 선례가 극히 드물어서 말이에요. 또 일이 많아서 육아휴직 내는 게 괜히 눈치 보이고…"
"그만두고 한 1~2년 쉬었다고 다시 일할까 생각도 해 보는데, 그럼 그 뒤에 다시 일자리가 나에게 주어질까 하는 걱정도 있고요."
"육아 휴직을 내려고 해도 나름 진보적인 출판사라는 우리 회사에서도 그런 선례가 극히 드물어서 말이에요. 또 일이 많아서 육아휴직 내는 게 괜히 눈치 보이고…"
내가 다니는 출판사는 교육관련 출판사이다 보니, 회사 신입사원 교육 때도 직원들에게 "아기 많이 낳는 게 회사에 충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할 정도다. 그러면서 육아휴직 등 보육과 관련된 제도나 복지는 전무하다. 실제 육아휴직을 건의했던 직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퇴사했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지금의 정부와 하는 짓이 똑같다.
워킹맘 중에서 육아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슈퍼우먼은 극히 드물다. 또 그 이면에는 내부의 든든한 지원이 있거나 직장에서 무소불휘의 파워를 가지고 있을 경우가 아니면 쉽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워킹맘들이 슈퍼우먼을 꿈꾼다. 그러나 그 꿈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순간 떠났다 싶었던 산후 우울증이 다시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이상이 하나씩 깨지고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이 눈앞에 닥치면 문제는 쉽지 않다. 아기가 아프고 일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산후 휴가 다녀와서 직장 관계도 적응하기 힘들어 질 때쯤에 겪는 워킹맘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 그 상황에서 가정의 안정감이나 직장 업무가 원활하게 될리 없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대부분 이럴 경우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일까. 앞의 후배 Y의 경우도 그렇고, 내가 다니는 직장의 경우도 그렇지만 선례도 없고 권장하지도 않으며, 대부분의 경우 퇴직을 종용당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권력은 멀고 현실은 눈앞이다 보니, 대부분 퇴사를 하고 전업주부의 길로 내몰린다. 물론 전업주부도 의미 있으며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선택이 자발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일 아내는 육아휴직을 신청할 예정이다. 회사가 노동조합 연맹이라서 쉬운 게 아니라 연맹이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육아 휴직이 가능해진 것이다. 만일 연맹이 정상적으로 돌아갔다면 연맹 사업의 대부분을 꿰뚫고 있는 아내가 이처럼 편안하게 육아휴직을 낼 수 있었을까는 미지수다.
제발 이 글을 보고 있는 조직의 관리자들은 이런 워킹맘들의 고충을 알아주기 바란다. 당장은 그 한 사람이 없으면 일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 또 단기 임시직을 뽑는 것도 어렵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일하는 엄마들이 흘리는 눈물과 고충을 이해하고 그들이 다시 돌아와 회사와 업무에 있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때 조직은 더욱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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