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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울었다. 지난 주 무리해서 움직였던 자기 자신을 탓했다. 그런 아내를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내 손이 부끄럽다. 아내는 모든 면에서 강하지만, 유독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유난히 약해서 지난번 충수염 수술 때도 아파서 울기 보다는 아기 때문에 걱정되어 눈물을 흘린 일이 있다. 그저 옆에서 손 잡아주는 일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마음이 아팠다.
작은 약 한알 먹고 기다리는 일이 전부였다. 아내는 아랫배가 사르르 아파오는, 마치 생리통 같은 통증이 자궁문이 열리는 진통일 줄은 몰랐단다. 나 역시 이제 막 8개월을 넘은 시점에서 그것이 산통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미 열린 자궁문을 다시 닫는 건 불가능하단다. 관건은 자궁문이 더 열리는 것을 막는 데에 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토요일 저녁에 입원한 후 약을 먹으면서 절대 안정을 취하면서 기다려 보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 검진 기계의 산통 그래프는 더 높은 그래프를 보이면서 불안한 신호를 보냈다. 담담히 대학병원에 가는 문제를 가늠하며 한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월요일 오전까지 나타났던 진통 현상이 오후 되면서 잠잠해졌다. 오후 3시에 있었던 검진에서 드디어 진통 그래프는 잠잠해졌다. 의사는 간신히 잡은 것 같다고 한다.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니며 며칠 더 입원한 상태에서 진행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아기가 세상에 나와서 살아갈 이름도 생각 못하고 있는데, 아기가 입을 기저귀와 옷들도 채 정리하지 못했는데... 아내를 병원에 두고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머릿속에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산적한 일들이 하나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내 바람처럼 입 속에서 주문을 외워 본다.
“우리 아기, 잘 자라 우리 아기, 엄마 뱃속에서 잘도 잔다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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